지난 주 토요일 아침, 뉴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건강 악화로 부산대 병원 입원" 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오죽했으면' 이라며 혀를 차게 했던 그 뉴스는 몇 시간 뒤 절망적인 뉴스로 바뀌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났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소식은 이제 더이상 뉴스가 아니다. TV를 틀어도, 라디오를 틀어도, 블로깅을 해봐도 나왔던 이야기가 또 나오고 있다. 그를 그리워 하는 이들이, 평가하고자 하는 이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쏟아 내고 있지만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와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으니 더이상 뉴스(news) 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계속 노무현 대통령을 이야기 한다. 뻔한 기사와, 뻔한 댓글, 뻔한 그리움을 토로하는 블로그를 계속 지켜본다. 마치 처음 접하는 이야기인양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고 있다.
그립기 때문이다. 그리고...미안하기 때문이다.
지 난 며칠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적개심에 불타 올랐었다. 그리고 사실, 지금도 그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 가슴의 그리움의 주체를 명확히 하고자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 있었을 때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꿈꾸는 가치를 노무현이라는 젊은 정치인이 갖고 있었고, 그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그 정치인 덕분에 나는 '한 명' 만 바라보면 되는 쉬운 이상을 꿈 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금, 나는 내가 그리워 하는 대상을 힘들게 구분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인간 노무현에게 매력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내가 그를 지지했던(그의 어떤 정책들은 매우 반대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가치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에 동의했기에 그를 지지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없는 지금, 나는 내가 그리워 하는 존재와 내가 꿈꾸던 가치가 분리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단언컨데, 인간 노무현은 내가 평생을 두고 그리워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 노무현이 추구했던 가치는 그의 죽음과 무관하게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그것은 그리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여전히 추구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 동안은 참 쉬운 길을 걸었다. 내가 꿈꾸는 가치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저 노무현에게 한표 던지기만 하면 됐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가치를 위해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더 이상 인간 노무현에게 그 가치의 실현을 떠 넘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를 그리워 할 것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에게 지웠던 내 몫의 봇짐을 되찾아 오려 한다.
그리워 하기도 할 것이며, 슬퍼 하기도 할 것이다.
때론 분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마지막 고개라고 할 수도 있는 그 길을 넘지 못했으나 한 사람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무의식중에 그것을 바랬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역사에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 그 이후는 남겨진 자들의 몫이다.
그의 죽음 앞에 다녀가는 그리움의 발자국은 그가 외로이 걸었던 험난한 시골길을 넓은 신작로로 바꾸어 가고 있다.
나는 그 길에 서서 희망을 보고 있다.
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9년 5월 26일 화요일
노무현...노무현 그리고 또다시 노무현
레이블: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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