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9년 4월 21일 화요일

미네르바 무죄 판결, 과연 정부의 속이 쓰릴까

유튜브의 본인확인제 거부 사건에 이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1심 무죄 판결까지 여러모로 정부의 체면을 구기는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미네르바의 1심 무죄 판결은 현정권이 들어선 이후 계속되던 인터넷 여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일침을 놓았다는 해석과 함께 많은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번 판결을 보면서 드는 우울한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미네르바를 잡아넣지 못한 정부의 속이 쓰릴까? 하는 것이다.

수천개의 글이 오가는 인터넷 토론장에서 공인도 아닌 개인이 토론을 하기 위해 올린 글 중 단 하나의 게시글에 나온 일부 내용을 트집잡아 사법처리 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황당해 했고 해외 유명 언론들도 대서특필 할 정도로 기가막힌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검찰 역시 그런 사실을 몰랐을리 없다.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무죄 판결이 날 즈음 기획재정부는 미네르바를 고발한 일이 없다며 책임에서 발을 뺐고, 사건은 오로지 전기통신법에 의거한 검찰의 합법적인 활동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됐다.

검찰은 항소하겠다고 하고 있고 정부는 논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둘 다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일을 통해서 정부와 검찰은 한가지 소득을 얻었다.

함부로 정부일에 비판을 하면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형사처벌 절차를 밟겠다


는 의사표현을 강렬하게 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처벌까지 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일반인을 수개월동안 구속하고 수사할 수 있는 막장 정부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개인 블로거 중 누가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글을 지속적으로 올릴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의 주목을 받을 정도의 파워 블로거가 되는 순간 검찰의 수사망이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죄 판결을 놓고 정부와 검찰이 비난이 쏟아지겠지만 하루이틀 욕 먹는 것도 아니고, 정부 관계자나 검사가 개인적인 피해를 보는 것도 아닌 이상 그것은 별로 신경쓸 일이 아닐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 그걸로 충분하다. 칼자루를 쥔 자가 앞뒤없이 그걸 휘둘러서 일단 사람을 베고 볼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사람 앞에서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바보같아 보이는 정부지만, 잘 생각해보면 결국 작년부터 정부에서 하고 싶은 것은 다 진행되고 있다. 국민 여론에 밀려 중지된 것 같은 일들도 하나 둘 어느새 상당히 진행되어 있다. 바보같은 정부가 아니라 정말로 무서운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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