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서둘러 결정을 내려야 할 때도 있지만 신체에 위해가 가해지는 등의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대부분 신중함이 해가 되는 경우는 없다. 특히나 어떤 조직의 리더든 신중함은 리더가 갖춰야 하는 모든 덕목중 가장 첫번째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리더가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을 꼽자면 '내 생각이 옳다' 는 쪽으로 지나치게 사고방식이 굳어져 버려 일을 처리할 때 다른이의 말을 듣지 않거나, 상대와 협의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생각에 상대가 이러이러하게 행동할거야' 라는 성급한 판단으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잦은 사람을 꼽을 수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 대한민국 행정부의 수장인 이명박씨는 그런 사람에 해당된다.
한나라당 내부 경선때부터 부시와 만나기로 했다는 발표 직후 그런적 없다는 백악관의 공식입장 표명에 그토록 큰 국제적 망신을 초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수위 시절에는 각종 공약 남발 후 몇시간만에 오해라며 물러서는 작태를 보이더니 이번 미국산 소고기 협상에 이르러서는 수년간 대한민국 외교력을 총동원해 협상하고 있던 문제를 씹던 껌 휴지에 뱉어버리듯 처리해 버리고 말았다. 국민들의 반대 목소리를 무시하다 끝이 보이지 않게 추락하는 지지율에 충격받고 두차례나 사과하긴 했지만 또다시 미국과 제대로 협의하지도 않고 무턱대고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를 입에 담는(미국이 우리 요구를 들어줄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도 덧붙여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했다. 결국 몇시간만에 미국측의 '불가' 입장 천명으로 사전협상된게 아니며 즉흥적으로 한 발언이라는 걸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으니 새털이 가볍다 해도 이보다 가벼울까. 일국의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사항을 외교관에게 '본국에 보고' 와 같은 완곡한 표현도 아니고 이토록 직접적으로 무시당한 한국 대통령이 또 있었나 싶다.
무릇 설득력 있는 사람일수록 생각은 만연체로, 표현은 간결체로 하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의 행정부 수장께서는 아무래도 그 반대인 것 같으니 앞으로 남은 4년 9개월이 암담하기만 하다. 정말로 4년 9개월이 남아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긴 하지만.
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8년 6월 4일 수요일
생각은 만연체로, 표현은 간결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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