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저녁 6시부터 6월 1일 아침 9시까지.
참 많이 울었던 15시간이었다.
물대포를 이용한 직사 공격으로 수없이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던 악몽같았던 밤이 지나가고 1분도 쉴 틈이 없었기에 의료진도, 또 시위대도 지쳐있던 6월 1일 아침 삼청동 입구. 밤새 물대포에 부상당하고 추위에 체력이 저하되어 있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 특공대를 선두로 한 경찰의 최종 진압이 시작되었다. 물대포와 가스를 쏘고 진압봉으로 사람을 때리고 쓰러지면 방패로 찍는 경찰에 쫓기는 시위대를 향해,
"이곳에는! 환자가! 있습니다! 구급차가! 올때까지! 이곳을! 지켜야! 합니다!"
라고 외치면서 의료지원팀 봉사자들과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만들어 합창을 했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다 우리의 요청에 다시 되돌아서 경찰에게 달려가는 시민들을, 그리고 곧바로 피투성이가 되 길바닥에 나뒹구는 시민들을 보면서 옆에선 다른 팀원처럼 나 역시 울먹거림에 기이해진 목소리로 합창을 했다. 하지만 그저 미는게 고작인 비폭력 시위대가 완전무장한 경찰 특공대를 이길 수는 없는 일. 불과 수십초만에 모든 시위대를 척결... 하고 간이진료소를 향해 가스탄을 던지며 때려죽일듯 달려드는 경찰 특공대를 바라보며 의료진 모두
"이곳은 진료소입니다! 환자가! 있습니다!"
를 외치며 팔짱을 낀 팔에 서로 힘을 주었다. 나와 팔짱을 끼고 있던 간호사 분은 공포에 눈물을 쏟으면서도, 떨리다 못해 부딛히는 소리가 들리는 이빨 사이로 억눌린 신음소리를 내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곧이어 들이닥친 경찰 특공대. 지휘관이 달려와 부대원들을 말려 상황이 종료되기까지 (지금 생각해보면 고작 일분도 안되는 시간이었겠지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시간이 끝나고 나자 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다행이...정말로 다행이 운신이 힘들 정도로 크게 부상을 당해 우리 뒤에 누워 있었던 환자들은 모두 무사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면서. 환자 위에 담요를 덮고 몸으로 감쌌던 의사 선생님(이분의 글이 다음 아고라에 베스트로 나오기도 했다)과 눈이 마주치곤 서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전경이 다쳤다는 소리가 들렸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 선생님과 손을 잡고 경찰 사이를 뚫고 뛰어 나갔다. 그리고 보게된 모습은 뒷머리를 방패에 찍혀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여성. 그리고 그 여학생을 둘러서서 지켜보고 있는 경찰과 사진찍고 있는 기자들. 정말 그 순간 욕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중립 중립 중립...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랬다. 우리는 구호도 외치지 않고 절대 중립을 지키기로 약속하고 합류한 봉사자들이었다. 그 여성을 구급차에 실어 보내고 간이 진료소로 돌아와선 의료팀 사람들과 간이 진료소 주위를 청소했다. 지치고 힘들지만 우리가 진료소로 삼았던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분께 피해를 줄 순 없지 않느냐는 한 선생님의 제안이었다. 손으로 작은 휴지까지 줍고 환자들의 피와 토사물을 닦아 내면서 옆에 있는 간호사분은 계속 울었다. 너무해..너무해..라고 작게 중얼거리면서.
그때 안국역 쪽에서 달려온 다른 지원팀원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지금 시위대와 경찰이 다시 대치중이라고.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남아있는 구급약을 챙겨보니 구급상자 두개 분량이 나왔다. 네명씩 두 팀을 황급히 구성해서 대치선으로 달려갔다. 우리가 있을 곳은 대치선. 환자가 발생하면 거기서 발생하고 따라서 가장 빨리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곳이 그곳이니까.
하지만 이미 대치선은 없었다. 서울시내 곳곳에서 경찰은 연행하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시민들을 구타하고 있었으며 토끼몰이 하고 있었다. 경찰 방패에 인도 위에서 다리를 찍혀 걷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여성을 치료하고 있는데 다시 경찰이 몸을 못가누는 남성을 커다란 인형 끌고 가듯 끌고가는게 보였다. 뭔가 이상해 보였다. 저항이라도 해야 할텐데. 길게 고민할 것도 없이 뛰어 나가서 지휘관에게 매달렸다. 상태가 이상하다. 환자 상태라도 확인하게 해달라고. 뒤이어 달려온 의사 선생님도 그 남성을 끌고가고 있던 전경들을 붙잡으며 땅에 내려놔 달라고 사정을 했다. 하지만 악질 선동자라 연행해야 한다면서 버스에서 상태를 살펴보라는 경찰 간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붙잡고 사정을 했고 지나가던 시민들까지 합세해서 경찰한테 뭐라 하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가 이겨 우리보고 상태만 확인해 보라는 허락이 떨어져서 의사 선생님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태가 영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이 굳은 얼굴로 환자의 목을 고정상태로 잡고는 서둘러 구급차를 부르라고 했다. 주위에 119를 불러 달라고 내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작게 "철수해"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 남성을 연행하려 했던 지휘관과 경찰 몇명이 전력 질주로 경찰 중대 집결지를 향해 달려가는게 보였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시민의 생명이 위독한 상황에서 경찰이 뻔히 보고있던 경찰이 자리를 피한다? 무엇때문에? 그들의 뒤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경찰이 도로 통제를 풀어버렸던 것이다.
도로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버스와 승용차, 택시들이 밀려들었다. 차들이 밀려오는 걸 보자마자 의료팀 표시판을 쥐고 역방향으로 달려가 섰다. 그리고는 십자 표시판을 들고 차들을 향해 한쪽으로 지나가 줄것을 호소했다. 아직...도로에는 움직이면 안되는 환자가 있었고 이들을 보호할 경찰은 어디에도 없는 상황이었다. 운전자들을 향해 "심각한 중상자가 도로에 누워 있습니다! 조금만 참아 주세요!" 라고 외치는 내 목소리는 울먹임과 쉬다못해 갈라지는 소리가 뒤섞여 기이하게 변해 있었다.
다행이 곧바로 구급차가 왔고 그분들에게 환자를 인계한 후 쉬지도 못하고 곧바로 우리팀 4명과 아침 뉴스를 보고 달려 나왔더는 어떤 젊은 부부, 누군지 모르는 청년들까지 합세해서 어딘지 모르지만 거리 곳곳에 쓰러져 있을 환자들을 향해 달렸다. 경찰에게 시위대가 도망친 방향을 물어보면 외면하거나 대충 우물거리며 한쪽을 가르키는게 고작이었다. 결국 발로 뛰어야 했고 우리가 찾아낸 부상자는 한두명이 아니었다. 건물 안으로 몰아넣고 아무나 찍어서 체포해 가는 과정에서(내 눈으로 직접 봤다) 수많은 여성들이 경찰에게 맞아 쓰러졌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도망감에 있어 느릴 수 밖에 없었고 경찰은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았다. 남녀 평등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블랙유머가 될까. 군대조차도 다녀온 적이 없기에 그와같은 과도한 폭력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큰 상처가 아닌데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시위와는 상관없이 그저 아침에 볼일 보러 나왔던 여성들도 거리 여기저기 경찰에게 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공포에 떨었다. 그들에게 말했다. 경찰과 마주치기 전에 이곳을 떠나라고.
그렇게 뛰다보니 청계천까지 뛰어 내려가게 됐다. 거기에도 다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을 치료하다 도망친 시위대의 상당수가 서울시청 광장에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곧바로 다른팀에 연락해서 시청광장으로 집결하라고 하곤 우리도 그리 달려갔다.
이미 시간은 아침 9시가 되어 있었고 아침 햇살 속에서 잔디광장은 눈이 부시도록 푸르렀다. 그곳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아무렇게나 주저 앉거나 쓰러져 있는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부상자를 불렀다. 타박상 정도는 부상에 들지도 못하는 그 사람들...그런데 의약품과 의료진이 너무 부족했다. 너무 속상해서 광장 복판에 서서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는데 누군가가 힘없이 팔을 들어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박수는 중간 중간 서있던 의료진들을 둘라싸며 잔디광장 전체로 잔잔히 퍼져 나갔다. 열렬하고 힘찬 박수가 아닌, 지칠대로 지쳐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그 박수 소리가 2002년 월드컵때의 응원보다 더 가슴을 후벼팠다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다행이 다른 팀이 도착해서 부상자들을 넘겨 받았고 우리는 그대로 광장 한켠으로 물러나 주저 앉았다. 아침 햇살이 너무나 눈부셨고, 또 따뜻했다. 그 따뜻한 햇살이 사람들에게 기운을 불어넣어 줄거란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그렇게....내 인생에서 가장 악몽 같았던 아침이 끝났다. 하지만 더욱 공포스러운 사실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아침이 이어질거라는 사실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악몽 같았던 아침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8년 6월 2일 월요일
악몽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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