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8년 1월 28일 월요일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대통령이 해야 하는 일은 과연 어떤 것들인가.

대통령은 거시적인 규모에서의 '방향' 을 결정하는 것이 유일한,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세세한 부분까지 전부 다 손을 대려 한다면 국가의 방향이 균형을 잃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일일이 세부 정책을 결정할 수도 없지만 그래서도 안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현재 이명박 차기 정권은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최고 권력기관에서 지나치게 세부 정책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과연 살려야 할만큼 한국 경제가 위험한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우선 그네들의 주장을 따르자면) 국가 차원에서 대운하 라는 이벤트성 사업을 펼칠게 아니라 (그들의 주장대로라면)침체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 경제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따져 보고 그 부분이 충족되도록 국가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업에 대한 대출이 어려워 기업의 투자가 이루어 지지 않는것이 경기 침체의 원인이라면 한국은행의 지준률을 낮춰 점진적으로 대출이 쉬워지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경제 정책인 것이지 개별 은행들에 대출을 늘리라고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연기금을 기업 대출 시장에 쏟아 붇는 것은 절대로 국가적 규모의 바른 경제 정책이 될 수 없다. 공교육을 정상화 하기 위해 영어 공교육 수준을 높인다는 세부 정책을 밀어 붙일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공교육을 변화시킬 것인가 방향을 결정하고 세부 정책은 교육 시장에서 잔뼈가 굵어온 교육 전문가들이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류 수송능력이 생산능력을 따라가지 못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물류의 병목 현상이 대한민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분석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 도로, 연안수송등의 여러 운송수단을 포함한 검토에서 돈이 많이 들더라도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건설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붕괴된 원인이 평등화 교육 정책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영어 교육 수준을 조금 더 높일경우 붕괴된 공교육이 정상화 된다는 결론이 나왔다면 영어 교육수준을 높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차기 정부에게 지금은 바로 이러한 큰 틀에서의 문제 규명을 시도하고 여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얻어야 하는 시기임에 분명하다.

(대운하에 대해 논점과 관계없이 한마디 하자면, 애초에 효율적인 물류 수송을 위해 대운하를 건설하자는 주장에 운하의 수송 능률이 좋지 않다는 반론을 들었고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면 정책을 접는 것이 옳다. 물류 수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자 '실은 관광 수입을 노린 것' 이라며 정책을 고집하는 순간부터는 필요에 의한 대운하가 아니라 대운하를 짓기 위한 억지 정책이 되어 버렸다. )

그러나 굵직굵직한 정책들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얻기는 커녕 아직 세부 정책까지 결정하기에는 시기상조임에도 불구하고 인수위에서 지나치게 세부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다 보니 여러가지 반발과 실제 시행에서 겪을 문제점이 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이를 다시 정책에서 해결해주려 또다른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큰 틀에서 진행되어야 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이 세부 정책을 놓고 말바꾸기 라는 욕을 먹어가면서 우왕좌왕 하고 있다. 과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영어교사 확보 수단을 놓고 땀을 흘리는 것이 올바른 모습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배의 선장이 선원들이 걸어다니는 버릇에 대해 통제하려 들면 배가 움직일 수 없다. 기관실을 믿지 못해 일일이 선장보고 후 행동하게 하면 기관실의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장은 선원들을 믿고 배가 나아갈 방향과 항해정책을 결정하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한정지어야 한다.

이명박 당선자가 이벤트 정치의 단맛을 벗어나기를 바란다. 나는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왕 할거라면 제대로 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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