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의 시사 블로그입니다

2007년 12월 23일 일요일

인정하면 실수지만 인정하지 않을경우 고의적인 범죄가 된다

수능 물리문제의 오답 논란이 시끄럽다.

단원자 이상기체냐, 다원자 이상기체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에서 단원자인지 다원자 인지 조건을 주지 않아 오답 논란이 생긴 것이 사태의 원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고등학교 과정에선 당연히 단원자로 생각해야 한다" 는 주장을 편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건의 핵심은 출제 과정에서 '단원자' 라는 가정을 넣지 않았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후 제기된 정정요청에 이들이 '난 잘못한 것 없다' 는 식으로 등을 돌려버렸다는데 있다. 처음부터 출제 의도와 실제 문제가 묻는 내용에 착오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복수정답 처리를 했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 수시를 지나 정시모집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잘못이 없다' 는 식으로 고집을 부리고 있다가 추후 제기된 소송에 의해 대학마다 합격자를 정정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땐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인정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를, 끝까지 변명하고 책임을 회피하려 하다가 덩치를 키우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것을 인정하면 실수에 대한 질책은 받겠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므로 더이상 큰 문책이 이어지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실수한 것을 숨기고자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부터는 그것을 숨기려는 고의적인 행위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책임이 커지게 된다. 한국교육평가원은 여기서 더이상 책임을 회피하려 하다간 카메라 플래쉬 앞에서 머리숙여 하는 사과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사회적인 파장을 가져오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인정하면 실수가 되지만 고의적으로 잘못을 감추려 했을 경우엔 범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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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출제 범위를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개념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이들의 주장은 일부 맞는 말이긴 하다. 대학 입학시험 물리 문제에서 양자역학이나 통계역학의 개념이 도입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접근하는 개념적인 부분에서 아예 다른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아니라 이상기체의 원자숫자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상기체에서 '단원자' 만을 한정하여 배운 것은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였지 '다원자' 가 되면서 이상기체가 전혀 다른 기체가 되기 때문은 아니다.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라면 꼭 집어서 '단원자' 의 경우만 다루는 교과서를 보면서 그렇다면 다원자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 것이고 실제로 이런 학생들을 위해 다원자 이상기체에 대한 내용이 두종의 과학교과서에는 보충자료로 실려 있기까지 하다. 보충자료 몇줄로 설명이 될 수 있는 내용이 과연 고등학교 과학교육의 범주를 넘어서는 어려운 개념이란 말인가? 명백한 잘못을 변명하려 하면 대부분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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