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프가니스탄 납치 사건을 놓고 국내 개신교회들의 단기 해외선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정말 남은 사람들이라도 무사히! 돌아오길 간절하게 바란다) 마무리 되고 난 이후에도 후유증이 상당할 것으로 짐작된다.
국내에도 봉사할 곳이 많은데 굳이 해외까지 나가야 하느냐는 지적은 의미가 없다. 모두가 바라보는 방향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나라 역시 해방과 전쟁을 치르면서 외국에서 봉사하러 온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기에 금기시 해야 할만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국내 봉사도 비슷한 측면이 있지만 특히나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해외 봉사와 해외 선교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진행하지 않는 한 별 효과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문제는 접어 두고라도 봉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이 현지에 적응하고 문화에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진정한 봉사활동이 이루어 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교가 되었든 봉사가 되었든간에 봉사자 개인과 단체 모두 현지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둬야 하며 특히나 직접 현지인과 접촉을 해야 하는 개인의 현지화와 교육은 매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의사라도 남성이 여성의 신체를 만지는 것이 금기시 되는 지역에서 봉사하러 온 남성 의사가 무턱대고 여성 환자의 신체를 만진다면 그건 현지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봉사가 아니라 성폭력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걸 봉사활동이니까 이해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폭거일 뿐이다. 해당 지역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체득은 따라서 해외선교에서 가장 먼저 선결되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이런 면에서 비춰볼 때 단기 해외 봉사는 그 효과적인 측면에서 불필요하다고 할 수도 있다. 1주일이나 2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에 시차를 극복하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들의 생활속에 녹아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효과만을 따진다면 차라리 그런 단기 해외봉사나 선교에 필요한 돈 자체를 직접 현지에 송금해서 그 돈으로 장기체류 봉사자들을 도와줄 인력을 고용하고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렇다면 단기 해외봉사는 무조건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국내와 해외 모두 단기봉사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교육' 과 '잠재적 봉사자의 확보'에 있다. 평범하게 살다가 어느날 뜬금없이 해외 봉사를 하러 나가겠다고 훌쩍 떠날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사람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 바로 단기봉사이다. 부담이 가지 않는 짧은 일정으로 장기 체류 봉사자들의 활동하는 모습과 현지 상황을 보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단기 봉사를 통해 '아, 나도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는 욕구를 불러일으켜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만들 수 있으며 이러한 관심 자체를 봉사활동계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각급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의무화 하거나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요즘은 조금 빗나가고 있는 듯 해서 아쉽긴 하지만.)
(교육적인 측면을 벗어나서 단기 해외봉사가 필요한 다른 하나의 경우는 장기 봉사 인력의 부족을 메꾸기 위해 단기봉사팀의 순환이 필요한 경우다. 하지만 이 경우엔 봉사활동 지역이 고려되어야만 한다. 이는 아래에서 이야기를 다시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의 해외봉사와 선교 사업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단기선교가 잠재적 봉사자의 확보 및 교육이라는 측면 보다는 해외 언론에서도 지적했듯이 교회 자체의 홍보를 위한 경쟁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는 데 있다.
모든 봉사에는 단계가 있으며 어려운 봉사일수록 오랜 봉사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배치되고 또 스스로 자원하는 것이 현실이다. 간단히 예를 들자면, 환자를 돌보는 봉사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호스피스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봉사를 처음 봉사활동을 접해보는 이들에게 시킨다면 어찌될 것인가. 이들이 얼마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을 다독이고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해외봉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천명의 해외 단기 봉사를 통해 한두명의 장기 봉사자와 해외 봉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 수백명을 확보할 수 있다면 이는 매우 성공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서 예로 든 경우처럼 우선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야 한다. 해외 봉사중 쉽고 안전한 것들부터 접근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 해외봉사의 목적이 교육이든, 인력의 순환 차원이든 구분없이 지켜져야만 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개신교회들의 해외선교는 전혀 그렇지를 못하다. 지난번 아프가니스탄에서 평화축제를 하겠다며 천명에 가까운 개신교 신도들이 입국하려다 아프간 정부의 제지로 입국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 사례나 이번에 납치된 인질들의 대다수가 장기 해외 봉사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는 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든다. 호스피스가 환자 간호의 가장 어려운 봉사라면, 전쟁중인 지역에서의 적대적 종교 기관의 해외선교나 봉사야 말로 목숨을 내놓고 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봉사요 선교 활동이다. 그런데 한국 개신교회들은 바로 그런 지역으로 앞다투어 신도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는 봉사활동의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며 나는 이 때문에 이러한 교회의 행태를 신도들의 신실한 믿음을 이용한 교회의 홍보 경쟁이라고 보고 있다. 만일 홍보 경쟁이 아니라고 한다면, 정말로 순수하게 해외봉사 자체만을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면 그 교회의 목사와 장로들은 사람들을 이끌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신실한 신도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어찌 그토록 무지한, 봉사의 가나다도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로 홍보경쟁으로 인해 진행하게 된 거라면 이들은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는 범죄자다.
지금까지 말한 바와 같이 모든 단기 해외봉사나 선교가 나쁜것은 아니다. 다만,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위험이 방치되고 있는 것 뿐이다. 물론 모든 개신교회들이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 한국 개신교회들의 해외 봉사 및 선교 활동이 과도한 교회간의 경쟁을 배제하고 원칙부터 다시금 다듬어 나가게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남은 22명의 인질만이라도 더이상의 피해 없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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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 27일 금요일
단기 해외봉사(선교)가 나쁜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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